2021년 미디어 크리에이터 메이커 교실: < 사학년 이학기 >

세 번째 수업을 마치며.

아이들이 찍은 사진들을 보니 그동안 계속해서 거리를 둬 온 친구들에게
정말 조금이나마 거리를 두지 않게 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무척 벅찬 날입니다.

엊그제 만난 것 같은데 금세 한 달이란 시간이 지나가버렸어요. 시간은 늘 야속하지만, 그래도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끝일 테니까요. 아쉬운 마음보다는 설레는 마음이 더 큽디다. 지금 당장은 아이들에게 기억과 기록이라는 단어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겠죠? 그렇지만 분명 더 오랜 시간이 지나 훗날에는 이 순간들의 기억이, 그리고 그 기록들이 가장 소중한 가치로 남지 않을까 확신해 봅니다.

우리의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면 졸업 앨범에 들어간 형식적인 사진들만 있어 그 시절을 기억하기 참 어렵지 않은가요? 그래서 저는 제가 만들지 못했던 기억들을 지금 그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에게만큼은 꼭 전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3년 전에 이 사진 수업을 기획하였습니다. 더불어 아이들에게만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보다 저와 같은 세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조금이나마 따듯한 영향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 만든 프로젝트에요. 우리들이 바꿔야 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더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그리고 그런 일은 결국 다시 우리들을 바꾸게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우리도 그만큼 더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길 바라봅니다.

언제나 제가 하는 행위들은 크고 화려하지 않기에 당장 누군가의 눈에 멋져 보이는 그런 것들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저 스스로 10년을 자부해온 건 결국 그렇지 않은, 제가 추구하는 것들이 ㅡ 이 시간이라는 걸 머금고 순간이라는 걸 되새기면서 그 당장 멋져 보이는 어떠한 큰 것들과 화려한 것들보다 더 멋있어질 거라는 것입니다. 그 멋은 단순한 멋이 아닌 더 많은 이들이 같이 공감해 주고 바라봐 주고, 또 자신의 기억으로 가져가 더 오래도록 빛날, 그런 멋을 가지게 될 거라는 것을요. 그동안 이뤄온 모든 일이 그랬고, 그 일들을 이루기에 항상 그보다 더 찬란한 응원들을 받아왔습니다. 그래서 가능했던 오늘이 아니었을까, 또 한 번 일 년의 끝자락에서 ㅡ 올 한 해를 돌아보게 되네요.

짧지 않았던 한 달, 이렇게 작은 화면으로나마 공유했던 아이들과의 수업을, 저의 발걸음을
우리들의 풍경을 응원해 주신 분들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지금, 그리고 요즘 너무 피곤한데요. 정말 일할 맛 나고요.
삶의 절반을 해온 이 일이 처음 시작하듯 여전히 재밌습니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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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 서울 윤중 초등학교
기간 : 2021.11-20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