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사랑, 향과 기억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매거진과 함께하는 두 번째 인터뷰이면서, 제 스튜디오에서 하는 첫 번째 인터뷰이기도 했어요. 더불어 이번 인터뷰는 저에게뿐만이 아닌, 이곳을 다녀간 수많은 이들에게, 저와 사진으로 만난 그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여전하다는 안부를, 더 나아가겠다는 다짐을 건네는 글이기도 합니다. 늘, 여기서 마주하는 이들과의 시간은 저에게는 저 혼자 그들에게 약속을 건네는 순간이기도 했어요. 앞으로도 꾸준할 거라고 여기서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꼭 다시 만나자는 그런 약속들이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저는 또 한 번 나아가는 겨울을 보내려 합니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랜, 저를 지나간 수천 시간들을 다시 되감아보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돌아보는 시간은 이제 이러한 계기가 없으면 쉽게 하지 못하는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그런 시간들을 마주하면 제가 놓치고 있는 것들과 잘, 못하고 있는 것들 같은 ㅡ 지금 내게 부족한 것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그 익지 않은 열매들은 다시 나를 반성하게 하곤 하는 ㅡ 어떠한 또 한 번의 깨달음 같은 걸 느끼고 한 발자국 더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제 곁에는 늘 더 확실히 표기되어 있는 삶의 지도를 건네주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그 지도를 잘 살피는 일은 저의 몫이겠죠. 다시 한번 사진과 함께한 지난 12년을 곱씹어 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늘 선두에 서있는 누군가를 가장 환하게 비추지만, 그래도 어쩌면 그들처럼 아니 그들 보다 더욱ㅡ 꾸준히 한 가지에 집착하고, 곱씹고, 되뇌는 고민들로, 오로지 그 한 가지만을 위해 걸어가는 이들을 응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거라 확신합니다. 저 또한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고, 그런 저를 열렬히 응원하기에. 그러한 페이지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브레이크 매거진에도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매 순간 어느 곳에서 사진가 안재규라는 사람을 콘텐츠로 사용하겠다고 했을 때 선뜻 오케이를 외칠 수 있는 작업을 하자고,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자부하는 시기에 이렇게 마주할 수 있어 너무나 영광이었습니다. 그 안에 내용들이 풍부하고 온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오늘 받은 이 잡지 속에 고스란히 잘 담겼더랍니다. 이렇게 멋진 일을 하고 있다고 세상에 한 번 더 내비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브레이크 매거진에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항상 그런 생각을 해요. 제 삶을 관통하는 어떤 생각들이 여러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면서 유쾌하지만 가볍지 않은 아주 따듯한 온기로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그 순간의 반짝이는 진심이 우리들 삶이 주는 무게와 닿아 마음을 울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요. 그렇게 늘 진심이고 싶은 마음입니다.

더 좋은 마음으로 더욱 멋진 일들을 해나아갈게요.

고마워요.

Editor. Kim Hee-joo
Editorial Designer. Lim Na-ri
Photographer. Kwon Ji-hwan
Interviewee. Ahn Jae-kyu